제약회사에서 난치병 치료를 목적으로 단백질 배합 연구에 몰두 중이던 과학자 커플 클라이브(애드리언 브로디)와 엘사(사라 폴리)는 비밀리에 동물의 DNA와 인간의 난자 배합에 성공하며 생명탄생의 금기를 깨트린다. 조류, 어류, 파충류, 갑각류의 장점과 인간의 감정을 가지고 있는 새로운 생명체, ‘드렌’은 클라이브와 엘사의 보호 아래 빠른 속도로 성장한다. 민첩한 뒷다리와 독침이 숨겨있는 꼬리, 흥분하면 펼쳐지는 날개 등 드렌은 기이한 외모로 인해 사람들의 시선을 피해 은둔한다. 어린 시절 부모에게 학대받은 아픈 기억이 있는 엘사는 드렌을 애틋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클라이브는 새로운 연구에 대한 호기심과 과학자로서 지켜야 할 윤리 강령 사이에서 고민한다. 그러던 중 드렌은 클라이브와 이성적 교감을 시도하며 모두를 혼란에 빠트린다.
괴수 영화를 사랑하는 영화팬들이라면 <스플라이스>를 보며 이런 탄식을 내지를 것이다. “아... 이 영화가 10년 전에만 개봉했었더라면...!” 기발한 아이디어로 세계를 놀라게 한 <큐브>의 빈센조 나탈리 감독이 이 영화에서 보여주고자 했던 바는 명백하다. 인류의 획기적인 발견, 유전체 지도로 온 세계가 떠들썩했을 때 보수주의 반대파들의 마음 구석에 도사리고 있던 두려움의 이미지를 시각화한 것이다. 사람도, 동물도 아닌, 인간에 의해 탄생한 괴물, 드렌.
그러나 공상 과학적 상상력은 이미 현실이 되어 버렸고, 위험한 과학적 호기심과 미래에 대한 천진난만한 낙관주의가 낳은 산물이라고 보기에 드렌의 연기는 마치 사람이 탈을 쓴 것 같은 어색함으로 영화적 재미를 떨어뜨린다. 그럼에도 여전히 제3의 생물 창조를 향한 그 호기심만큼은 예술사적으로 곱씹을만한 여지를 남긴다.
고대의 반인반수에서부터 그 기원을 찾을 수 있는 인간과 짐승의 배합은 항상 엉뚱한 호기심을 유발하곤 한다. 그리고 인간과 다른 종과의 교배로 탄생하는 하이브리드 창조물은 항상 기이한 이미지로 상상력을 종착시킨다. <스플라이스>의 드렌이 여타 괴수영화의 주인공들과 다른 점은 숲에서 튀어나온 제 3세계의 생명체가 아닌, 인간의 피가 절반 흐르고 있다는 사실이다. <에일리언> 시리즈에서 에일리언이 인간과 교감을 시도하지만(인체 속으로 집요하게 파고들며 과학자들의 골치를 썩인다) 여전히 정체성은 우주인이었던 것과는 달리 드렌은 인간의 머리와 손에 의해 탄생한 존재이다.
본디 반인반수는 인간의 뛰어난 두뇌와 짐승의 초자연적인 능력이 합쳐진, 인간보다 우월한 신의 자식이다. 프랑스의 화가 겸 소설가로 <매사냥>, <아랍 기병의 주둔>과 같은 대표작으로 잘 알려져 있는 외젠 프로망탱(Eugene Fromentin)의 반인반수 시리즈에서도 이들은 괴물은커녕 우아한 자태를 뽐내고 있다. 반면 인간의 추악한 면을 풍자적으로 은유하기 위해서 인간과 괴물의 이미지를 교합하는 작가들도 있다. 르네상스 시대의 화가 ‘히에로니무스 보쉬’나 ‘주세페 아르침볼도’의 <법학자>, 카라바조의 <메두사의 머리>가 그 대표적인 예이다. 이중 아르침볼도의 <법학자>에서 법학자의 얼굴은 목이 잘리고 털이 뽑힌 닭 몸통과 죽은 물고기로 구성되어있다. 그의 재기 넘치는 익살과 풍자는 오늘날 초현실주의의 선구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드렌과 가장 싱크로율이 높은 미술 속 등장인물은 19세기 프랑스 상징주의 화가 오딜롱 르동(Odilon Redon)의 <키클롭스>에 등장하는 외눈박이 괴물 키클롭스이다. 에덴의 동산 같은 아름다운 정원 뒤에 몸을 숨기고 있는 거대한 외눈박이 괴물은 악을 너무 몰라 무고한 백지의 눈으로 관람자를 정면으로 쳐다보고 있다. 화려한 꽃밭 사이로는 알몸의 여인이 누워 있다. 그러나 사람을 위협하는 괴물로 바라보기에 키클롭스의 눈은 서정적이고 신비롭기까지 하여 불쾌감은커녕 애틋한 동정심마저 유발한다. 사람인지 괴물인지 정체가 불분명한 그들에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