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크] 구스 반 산트
하비 밀크는 단지 게이라서 당선된 게 아니라 일을 잘해서 당선됐다. 단지 게이라서 살해당한 게 아니라 무엇을 상징하는 아이콘 이상을 욕망하고 의미 있게 거론될 수준의 ‘정치력’마저 갖추었기에 질투를 산 이유로 살해당했다(많은 이들이 아이콘에 상징 이상의 권력을 허락하려 들지 않는다. 심지어 그 아이콘을 잉태한 사람들조차 말이다). 알량한 색깔 나누기로 상식선의 룰과 생산성을 무시한 채 한국 영화판을 뒤집어엎고 있는 사람들은 부끄러워서라도 이 영화를 차마 보지 못할 것이다. 이 땅의 수많은 하비 밀크와 그보다 더 많은 댄 화이트들 앞에 던져진, 단단하고 아름다운 영화. 숀 펜과 조쉬 브롤린의 연기에 대해서는 이하 자세한 설명을 생략한다.

[우리가 꿈꾸는 기적: 인빅터스] 클린트 이스트우드
‘스포츠를 이용해 통치 이데올로기를 강화하려는 지도자의 고민’이라는 문장에서 지도자라는 단어에 전두환을 집어넣으면 우리 역사가 되고 넬슨 만델라를 집어넣으면 남의 역사가 된다. 이 슬픈 아이러니는 그것을 인지하는 관객들에게 있어서 영화를 즐겁게 관람하지 못하게 만드는 가장 큰 요인일 수 있다. 노장의 평작은 걸작이라는 말을 하는 건 무책임한 수사의 남발이지만, 이렇게 노골적인 소재를 과잉하지 않고 막연한 신파 대신 당대의 체계를 비추려 노력하는 이스트우드의 강박어린 시선만큼은 확실히 남다른 구석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