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향이 다른 것은 죄가 아니에요, 히틀러
좀비, 킬러, 창녀, 프로 갱의 대부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신작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이하 <바스터즈>)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에 점령당한 프랑스를 배경으로 한다. 5개의 장으로 구성된 이 영화는 1장부터 4장까지는 주요 등장인물과 배경을 차례로 소개하며 복수의 클라이맥스를 향한 발판을 차근차근 구축한 후, 마지막 장에 이르러 통쾌한 복수의 쇼로 마무리된다. 역사를 바로잡는 준엄한 영웅이라기보다는 이제 막 정의감에 맛들인 철부지 남학생들처럼 묘사되는 ‘개떼들’은 알도 레인(브래드 피트) 미국군 중위를 수장으로 한 8명의 비밀 특공대. 이들의 목적은 나치들이 밤마다 이들 생각으로 두려움에 떨게 하는 것이다.
재미있는 것은 이 영화에서 타란티노가 히틀러를 묘사하고 있는 방식이다. 인간을 우성과 열성으로 이분하는 뒤틀린 사고방식과 극악무도한 유태인 대학살로 전세계를 공포로 몰아넣었던 악마적 카리스마의 소유자가 타란티노의 영화 안에서는 ‘개떼들’의 존재에 대해 불안해하며 부하들을 끊임없이 채근하는 새가슴 소인배로 그려진다. 영화 속에서는 히틀러의 대형 초상화를 제작하는 장면이 언뜻 등장한다. 이 장면은 스페인 화가 프란시스코 드 고야(Francisco de Goya)의 그림 <카를로스 4세와 그의 가족들>을 연상시킨다. 스페인의 부패한 왕실 카를로스 4세의 일가를 그린 고야는 용감하게도 이전까지의 궁중 초상화와는 달리 왕가를 탐욕스럽고 천박한 모습으로 묘사했다. 한 평론가는 이 작품을 두고 “복권에 당첨되어 벼락부자가 된 잡화상인 일가 같다.”고 평했다. 놀라운 것은 유태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무수한 인명을 학살하고도 종종 자기연민에 빠졌다는 히틀러와 마찬가지로, 당시 스페인 왕가는 자신들의 초상이 풍자적으로 묘사되고 있다는 것조차 알아차리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영화는 독일의 고위 관리층이 대거 모이는 영화제 ‘독일 영화의 밤’, ‘시네마 작전’에서 클라이맥스에 달한다. 시네마 작전의 멤버는 영화배우와 영화평론가, 그리고 극장 주인으로 구성되어있다. 이들은 제2차 세계대전을 종식시키고 평화의 세계를 열어젖힐 야심으로 가득 차 있다. 이 얼마나 영화광다운, 그리고 타란티노다운 발상인가. 스릴러 장르와 대중예술을 섞어 믹서에 돌려버리는 그의 편집 솜씨는 데뷔작 <저수지의 개들> 이후 조금도 녹슬지 않았고, 히틀러를 비롯한 독일군 주요 인사들이 영화관에서 몰살당하는 장면은 <킬 빌>의 그 유명한 일본 요정 액션 시퀀스에 버금가는 쾌감을 선사한다.
히틀러의 어린 시절 꿈은 화가였다. 그는 한때 미술대학에 진학했지만 재능을 인정받지 못하고 그림엽서를 팔며 생계를 이어갔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1937년 독일에서는 히틀러가 야심차게 주최한 <대독일 미술전>이 열렸는데, 여기에는 그의 무시무시한 2분법적인 사고방식이 고스란히 반영되었다. <대독일 미술전>과 같은 시기 나란히 열린 <퇴폐미술전>은 히틀러가 평소 ‘저급미술’로 간주하고 있던 작품을 전면으로 비판하기 위해 개최한 전시이다. <대독일 미술전>에는 그리스풍 조각과 안정된 구도의 독일 회화 및 드로잉 작품이 대거 공수됐고, <퇴폐미술전>에는 히틀러가 평소 위험미술로 분류한 모던 아트 및 샤갈을 비롯한 유태인 화가의 그림, 그리고 전쟁이 남긴 상흔을 모티브로 한 작품들이 전시됐다. 아이러니한 것은 이 <퇴폐미술전>에 5배에 달하는 320만 명의 사람들이 몰려들어 역사적으로 가장 많은 관람객을 기록한 전시로 남았다는 사실이다. <바스터즈>에서 유태인을 학살하는 독일군을 영웅으로 왜곡한 영화를 보며 미치광이처럼 웃어대는 히틀러의 모습은 이런 맥락에서 또렷한 리얼리즘을 획득한다. 그는 편협한 취향과 사고방식으로 예술을 범례화하며 범주 밖 예술을 폄하하는 그의 유아적 취향이 의식 있는 자들에게 예술의 몰이해에 대한 역사적인 사례로 남을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