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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포럼 월례비행] 연애에 관하여/사랑의 단상



'넌 나를 95%는 오해하고 있는 것 같아'

얼마 전까지 가깝게 지냈던 사람이 했던 말이다. 정말 그 오해가 컸는지 이제는 얼굴 볼 일이 없는 사이가 되었다. 관계가 끝난 것이다. 나는 그 말에 의문을 품었다. 도대체 '95%의 오해'란 무엇일까. 나는 생각해보았다. 말을 바꿔서 '넌 나를 95%는 이해하고 있는 것 같아'고 한다면 좀 다를까?

나는 오해와 이해의 차이가 별반 다를 게 없다고 생각한다. 상대방을 이해하겠다고 하는 행위는 자신이 이제 적극적으로 상대방을 오해하겠다고 하는 행위이다. 타인을 이해하겠다고 하는 것은 결국 자신의 방식대로 타인을 이해하는 것이고, 그 이해가 오해의 시작이 되어 계속해서 더 큰 오해들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나 아닌 타인을 이해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 간극을 줄이기 위해 사람들은 부단히도 여러 가지 소통방식을 사용 한다 - 언어, 음악, 미술, 무용, 연극, 영화 등이 그것일 것이다. 타인과 소통을 하기 위한 인간의 몸부림은 날이 갈수록 발악에 가까워지지만, 어째서 갈수록 그 '소통'이란 말의 언급은 늘어만 가는 것일까.

'난 너를 1%도 이해하지 못해'라고 말한다면 어떨까. 내가 생각하는 '그것'과 상대방이 생각하는 '그것'은 같지 않다. 이해하는 척은 할 수 있어도 완전한 이해는 불가능하다. 서로가 타자임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 그 유명한 류시화 시인의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 가 다수의 공감을 얻을 수 있었던 이유는 곁에 있으면서도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겠다고 하는 행위로 오해를 만들고 있다는 것을 사랑한 후에 알게 되기 때문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사랑이 어려운 것이다. 어렵기 때문에 인류의 기원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사랑에 대한 숱한 지식과 소설과 영화들이 넘쳐나고 있음에도 계속 생산되는 것이다. 사람들은 살아가면서 타인을 이해하려는 노력으로 상당한 시간을 할애한다. 이렇게 항상 존재하는 그 오차로 인해 세상은 움직인다. 그 오차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그 오차의 오차가 세상을 움직이는 원동력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욕하면서도 할 수 밖에 없는 것이 사랑인 것이다.

 





남다은: 안녕하세요, 저는 오늘 진행을 맡은 남다은 이라고 합니다. 김영남 감독님께서는 지금 미국에 영화제를 갔다가 공연에 도착하시자마자 오고 계시는 중이라고 하니까 오시면 오시는 대로 여기 모시구요, 일단 김지현 감독님과 이야기를 먼저 나누는 걸로 하겠습니다. 인디포럼이 오랜만에 사랑영화를 틀었는데 혹시나 로맨틱 코미디를 기대하고 오셨는지 모르겠는데 역시나 칙칙하죠(웃음). 그동안에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사항들을 다뤄서 할 얘기들이 많았는데, 사랑이라는 주제를 딱 놓고서 이야기하자니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할 지 굉장히 걱정스럽고 아까 김성욱 평론가님과도 이야기를 나눴는데 각자의 사랑 경험담을 이야기하는 것 외에 뭐가 있을까 생각했어요. 어쨌든 하는 데까지 해보고 이따 뒤풀이 위주로 술을 마시면서 이야기를 하는 걸로 하는 게 낫지 않을까 싶습니다.

 

우선 감독님 소개를 먼저 해 드릴게요. 첫 번째 작품 말고 두 번째 작품 <연애에 관하여>를 만드신 김지현 감독님. 그리고 대담 함께 진행해주실 서울아트시네마 프로그래머 김성욱 평론가님이십니다. 음, 참 난감하네요, 하하. 일단 김지현 감독님과 먼저 이야기를 나눠볼게요. 관객 질문을 하실 시간을 많이 드리고, 질문이 많이 안 나오면 그냥 오늘은 조금 일찍 끝내고 술 먹으러 가는 게 나을 것 같구요. 김지현 감독님께 먼저. 앞의 영화 두 편 다 인디포럼에서 상영했었는데 <연애에 관하여>는 약 9년 전 영화예요. <나는 날아가고, 너는 마법에 걸려있으니까>는 화면 화질이 좋지 않게 느껴지기도 하구요. 오래된 영화지만 감독님들께서도 다시보신 소감이 남 다르실 것 같아요. 오랜만에 오셨으니 소감 한 마디 부탁드리고, 김성욱 평론가님께서도 그 당시에 분명 보셨을 텐데 오랜만에 보시니 어떠셨는지 궁금합니다.

김지현: 영화 주인공으로 나오는 선재는 지금 호주에 있고 저도 못 본지 몇 년 되었는데 좀 보고 싶네요.

김성욱: 저는 2001년 인디포럼 때 카달로그 글을 의뢰 받아서 이 영화에 대한 글을 썼었는데, 그것 때문에 이 자리에 나오게 된 건가 생각했습니다. 그때 굉장히 재밌었고 그래서 예전에 뭐라 썼었는지 찾아봤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니 그때 썼던 글이 훨씬 더 잘 썼던 것 같은데, 여하튼 그리고 그 당시에 몇 편의 영화들을 만들었었고 <뽀삐>라는 영화도 있었고 <바다가 육지라면>도 있었죠. 재밌게 봤던 영화들이에요. 이번에 오면서 김지현 감독은 뭐하고 계신지 궁금했었고 얼굴도 기억이 안 나서 얼굴보고 반가웠습니다.



남다은: 말씀들을 길게 해주셔야 하는데, 하하. 김지현 감독님은 2009 인디포럼 때 영화 한편 상영하셨죠, <앞산전>이라고 다큐멘터리였는데 참 좋은 다큐멘터리였습니다. 찾아서들 보시기 바라고, 이제 이 영화에 대한 이야기로 잠시 돌아가면 약간 뻔한 질문일수도 있지만 당시 이 영화를 기획하게 되신 계기가 궁금합니다. 왜 하필이면 사랑이야기며 실례가 안 된다면 왜 저토록 구질구질한 우리네의 그런 사랑이야기며 일까 라는 것이 궁금해요. 오래된 일이긴 하지만요.

김지현: 사랑이라는 소재가 그냥 영화의 소재나 소설의 소재로 흔히 선택되는 이유는 기승전결이 좀 확실하기 때문인 것 같아요. 저 같은 경우에도 좀 그랬던 것 같고. 그렇게 사랑했던 사람이 헤어지고 나서 이제 와서 생각해보니 왜 그런 사람하고 사귀었지, 뭐 그런 생각이 드는 게 연애경험이 좀 많지 않다보니 좀 그런 생각들이 든다는 것 자체가 놀랍기도 하고 상처기도 하고 재밌던 것 같습니다. 네, 그래서죠.



남다은: 사랑이야기를 다룰 때도 여러 방식이 있을 텐데 이 영화 같은 경우는 특이했던 게 거의 대화로 진행이 되고, 또 그 대화도 잡담 비슷한 것들이고 하죠. 그런데 긴장이 굉장히 많이 드러납니다. 사랑이 진행되는 과정을 보여주기보다 말로만 진행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비밀이 빨리 밝혀졌으면 좋겠고 무슨 반전이 있을까, 저 사람들이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게 아닌가 등등의 여러 가지 생각을 가지게 하는데 특별히 대화로 진행하신 이유가 있으신가요? <바다가 육지라면>같은 경우도 말이 되게 중요하게 작용했습니다.

김지현: 재미있는 이야기를 듣는 것을 굉장히 좋아하구요, 요즘은 별로 많이 가지 않는데 제 인생에 대부분의 시간을 카페에서 보냈던 것 같습니다. 친구들과 이야기하면서, 그런 생활의 반영의 이루어진 것 같아요.



남다은: 어쨌든 간에 이런 형식의 영화는 배우들의 연기, 그리고 대화의 내용에 사람들이 굉장히 집중을 할 수 밖에 없고 그 부분을 연출하실 때 많이 신경을 쓰셨을 것 같은데 어떻게 중점을 두어 연출을 하시게 된 건지요. 자칫하면 굉장히 어색해질 수 있는 거잖아요.

김지현: 저는 촬영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연출을 신경 쓰거나 할 겨를이 없었어요. 카메라가 두 대나 돌아가고 있는데 TRV900 두 개를 트라이포드에 설치해놓고 리모콘을 작동을 시키면 동시에 작동이 되요, 이쪽 것을 키면 저쪽 것이 꺼지고 이런 식으로. 굉장히 부산하게 촬영을 하고 있었고 배우들은 굉장히 연습을 많이 했던 상황이었어요. 이 영화가 처음에 영화진흥위원회에서 500만원을 지원받고 16미리로 촬영하기로 예정이 되어 있었어요. 그래서 16미리로 촬영을 들어갔는데 저기 보시면 ‘영화제작소 보임 협찬’, 되어있는데 그곳에서 16미리 카메라를 대여한 거죠. 근데 그 16미리 카메라가 고장이 나 있었어요. 그래서 촬영을 하고 현상을 해보니 포커스가 다 일관되게 나간 거죠. 그래서 그걸 버리고 촬영감독도 다른 사람을 구해서 그 다음에 6미리로 소니캠코더중에 사양이 좀 큰 게 있어요, 그걸로 촬영을 했는데 그때는 카메라가 고장 난 상태도 아니었는데 촬영을 해보니까 또 포커스가 나가있는 거예요. 그래서 결과적으로 그 500만원 중 10원도 남지 않은 상황이었고, 실내조명을 더 달게 한달지 카메라를 더 대여한달지 하는 것들이 전혀 불가능해진 상황에서 겨울이었고 그래서 봄에 야외에서 촬영하자, 생각해서 봄까지 기다렸어요. 그 사이에 제가 <웃음>이라는 영화를 준비하고 있었는데 그 영화를 잠깐 찍고 봄에 압구정에 있는 테라스가 있는 카페에서 찍기로 했는데 그날 아침에 거길 가보니 공사가 시작되었더라구요. 그래서 거기서 못 찍고 인사동의 경인미술관 마당 카페로 옮겨서 찍기 시작했어요. 그렇게 찍었죠. 그러니까 저희는 이제 뭐 더 이상 연습을 할 것도 없었죠. 촬영을 너무 여러 차례했고 해서, 배우들이 카메라가 돌아가기 시작하면 일사불란하게 움직여서 촬영을 하고 카메라가 돌아가지 않을 때는 놀고. 저 말고 조연출이 한 명 있었어요, 이렇게 다섯이서 촬영했는데, 친구들이니까 저도 같이 놀고 싶은데 바쁘니까 못 놀고 그런게 아쉬웠어요.



남다은: 그렇군요. 김성욱 평론가님께서는 <연에에 관하여>에 대한 노트도 쓰셨다고 하셨는데, 저는 당시 이 영화를 보진 못했어도 영화가 굉장히 인기가 많았었고 신선했단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그 당시 반응들이 어땠는지를 이야기를 해주세요. 그리고 9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는데 독립영화 중에서 사랑을 다룬 영화가 그간 많았잖아요. 그런 영화들과 이 영화가 어떤 점이 좀 다르다고 느끼셨는지 궁금합니다. 이 영화만의 미덕이랄까요?

김성욱: 당시 반응은 좋았었죠. 김선재 씨도 있었지만 노란 머리로 나오신, 그 분이 인기 있으셨던 것 같고. 워낙 자연스레 말을 많이 하는 역할로 나왔는데 그 분이 객석에서 인기가 더 많았던 것 같아요. 오늘 오신 분들은 어떠신지 잘 모르겠는데, 이 영화를 처음 봤을 때 떠올랐던 영화 한 편이 있었는데요, 어, 오셨네요. (김영남 감독, 헐레벌떡 뛰어오며 등장) 고다르의 첫 번째 단편영화가 <모든 남자의 이름은 패트릭이다>라는 영화인데 그 시나리오는 로메르가 썼고 아마 고다르가 만든 영화 중에 유일하게 고다르적이지 않은 듯한 느낌이 드는 영화입니다. 굉장히 로메르적인 상황이 나오는 영화인데, 거기서보면 두 명의 여자가 남자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데 그 남자가 똑같은 동일인물이에요, 패트릭이라는 이름의. <연애에 관하여>에서처럼 그 패트릭도 이쪽저쪽을 뛰어다니죠. 그 영화의 기본적 특징 중 하나가 있는데, 그건 두 여자가 상대하고 있는 한 남자, 혹은 두 남자가 파리 시내를 계속해서 분주하게 뛰어다닌다는 거에요. 그 남자의 이름을 패트릭이라는 설정으로 진행하는 거죠. 로메르적이에요. <연애에 관하여>라는 영화를 봤을 때 구질구질하다고 표현하셨는데 저는 오늘 다시 봐도 되게 시크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물론 상처나 추억을 이야기할 때 나오는 감정적 면이 있긴 하지만 그런 심리적인 메카니즘 자체는 이 영화에서 별로 크지 않았던 것 같아요. 오히려 연애라는 것에 관련된 관계의 메카니즘이 더 많이 작동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를테면, 이 자리에 오면서 연애에 관한 게 도대체 뭘까 라는 생각을 했었어요. 연애담에 관해 이야기하고자 하는 자리일까, 연애영화에 관해 이야기하고자 하는 자리일까. 연애담에 관해서는 그리 할 말이 많지 않고 연애영화에 관해 생각을 해봤는데, 연애영화라는 게 어쨌든 누군가에 대한 환상을 담은 영화죠, 누군가에 대한 환상-콩깍지-가 없다면 연애라는 게 작동되지 않는 것 같아요. 그 환상성이라는 것은 상대와 관련되어 있죠. 관계성이 성립이 되기 때문에 사실 이 연애담에서 각각의 사람들이 자신의 독단적 체험을 상대에게 이야기할지언정 사실 그 체험이라는 것은 언제나 누군가와 관계되어있기 때문에 사실 연애영화는 굉장히 어떤 정치성을 가질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둘이라는 관계를 전제하기 때문에 계속해서 넓혀질 수 있는 거죠, 내 친구의 남자친구, 이런 식으로. 계속 확장되어가니까 연애영화의 특징 중 하나가 수평적인 관계를 가지게 되죠.

 

한국에서는 특히나 90년대 후반부터 한국에서 젊은 남녀의 연애이야기가 나오게 될 때 통상적인 혈연적 관계, 수직적 관계가 아니라, 독신적인 남녀의 관계 수평적 관계가 굉장히 확장 되요. 그렇기 때문에 가족이라는 부분이 빠져나가고 이로 인해 남녀가 갖는 둘만의 관계가 수평적으로 확장되어 연애영화 내에서 그러한 양상들이 두드러지게 보인다고 생각합니다. 또 하나는 반복과 순환의 메카니즘을 가지게 되죠. <연애에 관하여>에서는 반복과 추억이라는 것들이 작용하게 되는 구조인데, 이 영화에서 여자가 과거의 일을 추억하는 것과, 또 다른 여자에게 발생할 일들을 유추하는 미래에 관한 관계가 형성된다는 거죠. 자기 연애담을 김선재 씨가 이야기하게 될 때 과거라는 것과 현재, 미래에 대한 시간의 축이 똑같이 펼쳐지게 되는 거죠. 이 영화도 그렇고 로메르 영화도 그렇고 그런 반복의 메커니즘이라는 게 연애영화에서 활성화되어 그런 점에서 다른 한 편으로 보면 이 영화는 굉장히 시크한 느낌이 들어요. 현재 안에서 추억을 이야기 하는게 아니라 반복되는 사건 내에서 미래를 이야기하고 또 그렇게 되는 것이 연애의 본질이기 때문에, 그런 느낌이 오늘 다시 보면서도 그런 점은 독특하고 9년 전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지금 봐도 영화 자체가 주는 묘미 같은 것들이 풍부한 것 같습니다.



남다은: 그런 맥락에서 보면, 사실 이 여자가 말하는 내용, 자신의 사랑 내용 자체는 어떻게 보면 늘 볼 수 있는 이야기잖아요, 근데 그걸 이 여자가 말하는 방식 말투 표정 등을 유추해보면 사랑이 다시 재구성된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그리고 그 과정을 보여주는 점이 저에게는 인상적이었고, 저게 그냥 연애라는 생각이 들은 거예요. 저렇게 입으로 다시 기억을 해서 새롭게 만들어나가는 과정 말이죠. 아, 김영남 감독님께서 굉장히 먼 길을 오셨고 뒤에는 큰 가방까지 가지고 오셨는데 약속을 지켜주셔서 감사 드리고, 영화를 볼 때 안계셨지만 저희는 모두 즐겁게 봤고요, 인사 말씀 일단 해주시고 8년 전 영화인데 당시 깐느 영화제에도 갔었고 이 영화가, 우여곡절이 좀 많았다고 들었거든요.

김영남: 안녕하세요, 김영남입니다. 2001년도에 만든 영화고 사실 저도 한번 다시 보고 싶었는데 약간 두려운 마음이 있었어요, 영화의 완성도 문제가 아니라 영화를 보고 나서 만든 당시의 느낌과 뭐가 달라졌을까 그런 것들이 말이죠. 예전에 잠깐 본 적은 있는데, 표현의 방식, 대사에 있어서 제가 달라진 지점이 있기 때문에 다르게 느껴지긴 하죠. 근데 여전히 좋았던 점은 뭔가 그 순간순간에 느꼈던 정서적인 부분들을 아직도 가지고 있다는 게 제게는 또 좋았고, 이 영화가 졸업작품인데 이 영화를 이런 내용을 만들어야겠다 시작한 영화는 아니에요. 3학년 때까지 작품을 항상 시나리오 쓰면 항상 제대로 찍어본 기억이 없었어요. 3학년 때까지 써놓고 일주일전에 다시 시나리오를 바꾸고 바꾸고 해서 만들어진 영화를 보고 계속 좌절하고, 과연 내가 이 영화를 잘 못 만든 것인지 아니면 지금처럼 촬영에 임박해서 바꾸다보니 구현 못 한 건지 가장 미스테리였어요. 4학년 이 작품을 찍을 때는 공간은 무조건 로케이션, 그런 마음을 가지고 시나리오를 썼어요. 자연광을 주로 이용하고 스탭 다섯 명이 찍었는데, 그런 과정 속에서 작업 시작하게 되었고 여름에 촬영을 반 정도 했는데 보고 나서 또 좌절을 했어요. 배우를 통해 뽑아낸 연기, 이게 찍을 때는 좋다고 찍었는데 붙여보니까 뭔가 텐션이 없는 느낌이 들어서 고민을 하면서 접자 해서 접었고, 결국 <나는 날아가고, 너는 마법에 걸려있으니까>는 저랑 주변사람들 해서 20일에 걸쳐 10일동안 촬영했어요. 조감독 없이 하루 걸러 찍고 쉬고. 그때 시나리오를 한 달 동안 썼는데 그때 제가 가지고 있던 남녀 이야기를 조금 바꿔서 넣어봤습니다.


남다은: 자세히 설명해주셨는데, 관객 분들 질문 드리기 전에 김성욱 평론가님, 영화에 대해 한 말씀 해주시길 부탁드릴게요.

김성욱: ‘사랑의 괴로움을 느끼신 분들에게 바칩니다’라는 멘트가 인상적이었구요. 혹시 여기 계신 분들 중에 나이가 좀 어린 분들은 중간에 툭 던지는 테잎이 뭔지 모르실 거란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게 MP3 이전에 있던 테잎이라는 건데(웃음) , 갑자기 생각이 나서 2주전인가 누군가가 인터뷰 하러 왔는데 테잎에 인터뷰를 하더라구요. 어쨌든 저게 2000년대 영화인데 참 낯설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비유가 적절하진 않은데 연애영화 중에서 우리가 뭘 가장 많이 생각할까 이런 생각을 해봤어요. 에릭 로메르 이야기기도 했지만 한편으로 보면 21세기 최전선 연애영화 중에 하나가 왕가위죠. 저는 느낌만으로 보면 김영남 감독의 영화를 보며 왕가위 영화의 연애성과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남자가 노래방에 가서 여자를 만나 호텔방에 이르게 되는 것과 여자가 다방에서 남자에게 이별 이야기를 듣게 되는 것과, 사실 그런 건 반복이잖아요, 영화 마지막에 버스 안에 저 멀리 서있는 남자, 첫 장면에서는 그 자리에 여자가 서있었잖아요. 그런 반복이 굉장히 빈번히 발생하게 되는데, 다시 봐도 굉장히 도전적 영화를 만드신 것 같고. 물론 연애영화는 아니지만 <보트>가 최근에 나왔는데 그런 영화들을 떠올리면서 김영남 감독님이 어떤 방식으로 연애영화에 접근했을까도 굉장히 궁금했습니다.



남다은: 궁금하신 게 있으면 질문 받아볼까요. 질문들 생각해보시고, 김지현 감독님은 처음 보셨죠? 느낌을 좀 여쭤 봐도 될까요. 두 분이 어쨌든 같은 섹션으로 묶어서 어떻게 상대의 영화에 대한 감상을 여쭤보고 싶었는데, 부담스러우시면 말씀 안하셔도 되구요(웃음). 김영남 감독님, 영화 제목이 참 특이해요. 실제로 이게 진짜 대사로 나올까도 싶었는데 결국 대사로 나오더군요. 어떻게 생각하시고 짓게 되신 건지.

김영남: 영화 찍을 당시에 이 제목은 아니었고, ‘오래된 연인들’, ‘시작하는 연인들’ 등 상투적 제목을 놓고 시작했는데 시나리오 단계에서 주변 친구에게 보여줬을 때 그 친구가 이런 느낌이 들었다라고 말하더군요. 그래서 그것을 수용해서 영화 속에 실험을 해볼까 해서 작업하고, 그러다가 실제로 영화가 끝나고 나서 고민하다가 좀 길더라도 어떤 시구랑 비슷하게 바꾸면 어떨까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영화랑 맞았던 것 같다 라는 느낌이 들어요. 나는 당신에게 날아가는데, 나에게 돌아오지 않는 느낌. 그런 것들이 반복되는 느낌들이 남자와 여자의 상황을 보여주기 재밌지 않을까. 단편영화 중 제목이 긴 게 별로 없어서 길게 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서(웃음).

김성욱: 김지현 감독님 영화 라스트 부분을 김선재 씨 이야기 다음에 친구가 그 남자를 다시 만나는걸 보면서 끝날 수도 있었는데, 처음부터 설정 시에 그렇게 배치를 하신건지 궁금합니다. 만일 그 부분이 없다면 느낌이 굉장히 달라질 것 같은데, 그런 경우는 편집상에서 그런 부분들을 바꾸신 건지 아니면 처음부터 그런 느낌으로 연출하시려고 했던 건지요.

김지현: 시나리오가 워낙 그렇고요, 세 친구는 서로의 과거면서 미래면서 현재잖아요. 그런 관계라 생각해서 그렇게 진행했습니다.



남다은: 찍으시면서 세 분이서 중간 중간에 약간 자신의 경험이 이입되거나 하는 사건으로 인해 생각지 못한 부분들이 나오거나 했던 경우도 있었나요?

김지현: 주인공을 해던 배우 김선재랑 김선재씨의 후배로 나오는 분 같은 경우엔 실제 죽었다 깨어나도 그런 행동이나 말을 하지 않을 성격이에요, 본인 경험에서 뭔가를 살리는 게 그래서 있을 수 없던 거였죠. 근데 다른 분 한 분은 비슷한 경험을 많이 했던 분이었어요. 영화에서 그림 그리는 사람으로 나오는데 실제 사진작가고, 결혼식을 가긴 가는데 큰 선글라스 끼고 간달지, 남자랑은 4년 걸려서 연애를 한게 아니라 4년 걸려서 헤어진다고 표현하는 것이랄지 그런 것들은 본인의 이야기였어요. 시나리오에는 이미 있었고 제가 그 친구에게 들었던 것이라 넣었던 것이죠.



관객1: 김영남 감독님께 질문이 있습니다. 영화에서 보면 가장 많이 나오는 장소가 동대문시장인데, 동대문이 나오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그냥 섭외하기 쉬워서 그런 건지 아니면 이유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김영남: 의미는 없고요, 촬영 장비 있는 곳 반경 3키로 이내로 설정했습니다, 하하. 네, 물론 재밌게 이야기하면 이렇게 되고요, 제가 실제로는 장소에 대한 생각들을 가졌었어요 영화 시작 전부터. 잘 아는 공간을 차용하는 게 되었던 것 같아요. 그러면서 느낀 거는 잘 아는 공간을 촬영할 때와 아닐 때 감독이 어때야하는지 공간과 감독과의 관계를 어떻게 유지하는지에 대해 배운 것 같아요. 제가 많이 지나다니고 익숙한 공간이기도 했었고요. 예를 들면 촬영감독님하고 싸우게 된 사건이 있는데, 미술을 하면서 저는 저 거리에 쓰레기봉투를 넣자, 하고 있었고 촬영감독은 안 된다, 지저분하다, 이렇게 의견이 분분했던 적이 있었어요. 저는 제 개인적인 공간에서 느낀 느낌을 다른 사람도 다 알지 않을까 라고 생각했던 거죠. 똑같은 공간이라도 좀 다르게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을 했어요. 이후 작업 때도 좀 조심스럽게 작업하게 되었고요. 새로운 공간에서는 제 자신도 낯설기 때문에 가까이 가려고 노력을 하거나 했었어요. 예를 들면 <보트>가 일본에서 촬영했는데 거리가 너무 깨끗하더군요. 느낌이 아무 것도 없었어요. 저에게 거리는 그런 깨끗한 느낌이 아니었는데 일본의 거리는 도시인데도 불구하고 껌이나 조각들이 없이 세트 같은 느낌이 드는 거예요. 고민을 많이 했는데, 결국 그냥 그런 공간으로 갔지만 그런 것들에 관한 생각을 다시 하게 된거죠.




남다은: 같은 영화를 봐도 사랑 영화같은 경우는 오래 전에 본 것, 얼마 지나지 않아 본 것 등 느낌이 다른 경우가 많은데, 영화 나온 지 꽤 되었기도 해서 다시 연애영화를 만들라고 한다면 이런 감수성이 그대로 지금도 남아서 비슷한 영화를 만드실 것 같은지 여쭤보고 싶네요.

김지현: 1999년에 시나리오를 써서 2000년에 만들었으니 10년 전인데, 10년 전하고 어떻게 같겠어요. 영화 다시 보면서 배우들이 말도 참 못되게 한다 라는 생각이 들었네요. 에너지도 전혀 다르고, 사실은 제목을 고치고 싶어요. 이 제목이 너무 맘에 안 들어요.

김영남: 저는 영화를 찍을 때는 연애이야기라고 생각했는데 돌이켜보면 연애이야기가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연애 아니고도 이런 감정을 충분히 일상에서도 가지고 있었던 것 같아요. 꼭 연애가 아닌 관계에 있어서 이런 상황은 계속 부딪히는 감정이 아닐까 생각했어요. 이 영화를 다시 생각한다면 그땐 주인공들의 표현방법은 바뀌겠지만 관계에 있어서 보여지는 지점들은 계속 유사하게 흘러가지 않을까요.



남다은: 그 당시에 상당히 유행했던 가요가 자주 등장할뿐더러 마치 인물들의 내면을 설명하듯 노래가 노골적으로 흐르는데요, 처음부터 그렇게 생각하신 것 같진 않고 배경음을 그렇게 사용하게 되신 이유가 있는지요.

김영남: 촬영 들어가기 일주일전 배우들하고 밥 먹고 술 먹고 노래방까지 갔는데-그 배우가 살면서 무슨 노래를 좋아하는지도 알아볼 겸이요-그러다가 ‘비 오는 거리’ 이 노래를 어떤 배우가 불렀는데 여자배우도 같이 따라 부르더라구요. ‘비오는 거리’를 함께 부르는 건 어떨까 하는 아이디어적인 것에서 시작했다가 이 노래를 제 방식으로 이용을 했던 것 같아요. 'Give me, Give me, Give me'인가요? 영화 찍다가 우연히 그 노래를 만났는데, 동대문에서 매번 영화 촬영 할 때마다 그 노래가 나와서 나중에 편집할 때 좀 놀랐어요.



관객2: 김성욱 평론가님께서 말씀하신 반복과 확장에 대한 말이 참 인상 깊었습니다. 두 감독님들의 영화에서도 변주의 반복이 보입니다, 한쪽은 이별을 통고를 하면서 다른 곳으로 이동을 하고 사라지거나 다른 쪽은 뺏기는 상황에서 망연자실하거나 하는 반복이 드러나는데, 생각해보니 연애영화에서 가장 큰 갈등 같은 것은 그러한 확장이 두 사람의 관계를 굉장히 폐쇄적으로 만들잖아요. 감독님 입장은 한편으론 확장을 보여주며 한편으론 폐쇄성을 보여주는 입장이고, 관객보다 그 두 성향의 충돌지점에 관해서 감독님들이 영화를 만드시면서 더 고민을 했었을 것 같은데 그것에 관한 생각이나 이런 것이 궁금합니다.

김지현: 만약 폐쇄성을 현재 내가 가지고 있는 환상이라 한다면, 환상은 깨지지만 않으면 축복인데 깨진다는 게 문제잖아요. 근데 그건 좋은 것 같아요. 대답은 안 되는 것 같은데 깨지는 게 문제죠. 환상을 계속 가지고 살수만 있다면 저는 그렇게 하고 싶어요.

김영남: 사실 다른 생각 없었고, 감정에 대한 것에만 어떻게 표현할까에 주시했어요. 이런 상황이 되었을 때 어떻게 할까, 이런 것들 말이죠. 순간의 경험들을 이야기 속에 넣으면 어떨까. 반복을 많이 쓰게 되는 구조를 택한 이유는, 어차피 사람들이 다 그런 태도들이 있을 거란 기본에서 시작한 거고, 그게 그냥 하나로 존재 한다면 그 하나가 어떤 모양을 가지고 있는지 잘 못보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결국 그게 변주가 되거나 사라지거나 할 텐데, 처음부터 가지고 있던 하나하나가 어떤 것인지 느껴지는 것 같아요. 그게 주인공이나 두 사람이 가진 태도일거라 생각 들었어요. 상대방이 어떤 기분인지를 모른다면 자신의 위치를 찾지 못하는 게 아닐까, 반복이 항상 있기 때문에 어느 순간 자신이 서있는 위치를 바라보는 게 아닐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대답이 되었는지는 모르겠는데요.

김성욱: <연애에 관하여>에서도 보면 그런 이야기를 하잖아요, 몇 번 반복이 되더라도 다음에 그걸 다시 쉽게 수용할 수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런 이야기를 하는데 연애영화라는 게 사람의 상처를 보여주는 게 있고 실연의 상처를 넘어서는 걸 보여주는 영화들도 있죠. 상처를 계속 떠올리는 건 과거의 지속이니까 과거 사건이 남아있는 상태의 부분일거고, 넘어서는 지점, <연애에 관하여>에서는 또 다른 무언가가 개입되지 않는다면 그 전의 상태를 넘어설 수 없는 거죠. 여자에게는 가슴 아프지만 남자의 고통을 벗어나는 또 다른 방법인거죠. 방법이 그것을 도피할 수 있는 하나의 선택이 되는 거죠. 그런 방법이 있다면 그건 사랑과 위기의 장난이 계속 반복되는 게 아닐까요. 만일 모든 사람이 그런 것들을 반복한다면, 결국 모든 사람이 동등한 위기에 빠져드는 겁니다. 남자친구와 사귀고 그 친구와 사귀고 또 다른 사랑이 개입되고, 연애영화가 가지고 있는 공간적 특성이 있는 것 같아요. 반복이라는 건 동그란 탁자 같은 느낌을 주게 되죠. <연애에 관하여>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동그란 탁자가 보이는 것처럼 연애사건들이 발생하기 위해서는 어떤 특권화 된 공간들이 발생하는 것 같아요. 어떤 거리, 미술관일수도 있고 그런 특권화 된 장소로서의, 이를테면 로메르 같은 경우, 평생 연애영화를 찍는 분인데 로메르에게서는 늘 같은 공간이 나오죠. 해변가, 신도시의 백화점 같은 공간, 사람들이 자주 몰려드니까 우연히 누군가를 발견할 수 있는 공간이 되죠. <연애에 관하여>에서 마지막에 옛 남자를 만나게 되는 공간은 그들이 자주 드나들던 공간이 아니고서야 그런 사건이 발생하기 힘들죠. 저 같은 경우도 20년 전에 사귀던 여자를 20년이 지나도록 한 번도 볼 수 없었거든요, 근데 홍상수 감독의 영화를 보면 그 여자를 우연히 파리에서 만나죠, 사실은 그런 공간들을 어떻게 구성하느냐에 따라서 그런 식의 유희가 발생하거나 하는 것 같아요. 공간이 참 재밌는 것 같아요. 감정화, 감각화 된 공간으로 볼 수 있을 것 같구요.

 

 

남다은: 환상이라 말씀하셨는데, 그걸 들으면서 생각해봤어요. 연애를 잘하는 사람을 보면 환상에서 깨고 난 다음에 극복하고 상처를 치유하고 어느 정도 더 나아가고 이런 메커니즘으로 움직이는 게 아니고 환상을 다른 환상으로 극복할 수 있는 능력이 굉장히 강하다고 생각해요. 그렇지 못한 분들이 연애를 잘 못 하는 게 아닌가 생각이 들기도 하고요. 그 생각이 잠깐 들었어요, 또 질문을 좀 받을까요? 그래도 오늘은 성공이네요. 연애 이야기여서 좀 걱정했는데, 다행스럽게도 시간이 잘 갔습니다(웃음). 두 감독님, 마지막으로 다음 작품에 대해서 말씀해주시겠어요.

김지현: 저는 경주여행이라는 단편 극영화를 촬영 중이고 올해 안에 끝냈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이 영화를 보시다가 눈치 채셨는지 모르겠는데, 자세히 보면 싱크가 안 맞는 부분들이 꽤 많아요. 제가 이 영화부터 맥 G3라는 컴퓨터로 편집하기 시작했는데, 그 컴퓨터 싱크가 안 맞는 채로 <앞산전>이라는 영화까지 편집했어요. 그 뒤에 컴퓨터를 버리고 새 컴퓨터를 사려고 보니까 그게 1998년에 출시된 것이고 2000년에 중고로 사서 쓴 건데 제가 만든 대부분의 영화를 같이 한 저에게 가장 중요한 동료인거잖아요, 마음이 짠하기도 하고 그래서 그 컴퓨터랑 같이 만든 영화에 관한 다큐를 준비하고 있어요.

김영남: 아직 특별히 진행된 건 없구요, <보트>의 충격에서 아직...(웃음) 뭔가 저의 마음에 좀 더 여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작업을 하고 싶네요. 항상 영화 찍을 때마다 <나는 날아가고 너는 마법에 걸려있으니까>라는 영화가 여러 가지 것들을 생각하게 해주었던 것 같아요. 배우나 공간이나 사운드, 방식 등에 관해서, 나름대로 행복한 작업이었던 것 같아요. 그런 면에서 <나는 날아가고 너는 마법에 걸려있으니까>는 하나의 예로서 남아있는 영화인 것 같습니다. 지금 시나리오를 쓰곤 있지만 정확하게는 모르겠네요.

 

글: 박정애

녹취.정리: 강민영

 

2009.12.17
강민영(edi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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