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과 달리 비가 주룩 주룩 내리던 토요일. 그날은 신동일 감독님과 독자 인터뷰를 하는 날이었습니다. 재밌겠다고, 신동일이란 감독의 어떠한 비밀을 밝혀낼 자신이 있다고 냅다 신청했지만, 막상 약속 장소인 상수역에 내리니 막막하더군요. 대책 없이 신청한 인터뷰를 어떻게 감당할지 고민하다, 잘 생각해 보니 저는 곁다리 얹는 꼴로 인터뷰를 참여하면 된다는 생각에 마음이 편히 먹기로 결심했습니다. 방선희 씨가 다 해결해 주실 거란 생각을 하며 상수역에 1번 출구에 도착하니, 다소 어두운 표정의 방선희 씨를 발견 했습니다. 조심스레 다가가 인사를 한 뒤, 너무 대책 없이 인터뷰를 맡은 것 같다고 실토하니, 방선희 씨도 ‘나도 너 못지않다’란 미소를 날려 주셨습니다. 전 그 미소에 ‘난 녹취나 열심히 해야지’라는 눈웃음을 날려 보냈죠. 곧 편집장님과 박흥기 씨를 만나 인터뷰 장소인,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것 따위는 안중에도 없을 것 같은 ‘1992 동경맑음(이하 동경맑음)’으로 향했습니다.
‘동경맑음’에서 신 감독님을 기다리며 내리는 비를 보고 있는데, 박흥기 씨가 인터뷰 현장을 스케치할 카메라에 이상이 있다고 고백하셨습니다. 백 편집장님은 본인의 말에 따르면 ‘단지 안타까웠을 뿐인’ 눈빛을 박흥기 씨에게 보내셨고, 그 눈빛의 깊은 뜻을 읽은 포기를 모르는 사나이인 박흥기 씨는 해결책을 마련한다며, ‘동경맑음’ 을 박차고 홍대로 향하셨습니다. 그 사이 호피 무늬 우산을 쓴 신 감독님께서 조용한 걸음으로 인터뷰 정소로 들어오셨고 당연한 듯 인터뷰는 시작 되었습니다.
방선희(이하 방): <반두비>의 개봉이 얼마 남지 않아 많이 바쁘실 것 같다. 감독님이 소개하는 <반두비>에 대해 듣고 싶다.
신동일(이하 신): 성격과 처해진 환경이 많이 다른 외로운 두 영혼이 만나, 서로를 알아가며 교감을 나누게 되는 따뜻한 로맨스이다. 동시에 한국 여고생이 짧은 여름방학동안 온갖 우여곡절과 경험을 통해 자기 자신을 반추하며 성장드라마이기도 하고, 두 주인공이 발 딛고 있는 한국이란 사회에 대한 영화이기도 하다.
방: <반두비>란 제목의 작명에 대해서 알고 싶다.
신: 어감이 주는 친근함이 좋았다. 원어로는 ‘반도비’지만 ‘반도에 내리는 비’란게 자꾸만 연상되어 고민이 되던 차, 김중미 작가가 쓴 『반두비』란 동화를 알게 되어 선택하게 되었다. 궁금증을 유발하기도 하고, 입에 잘 붙고. 그런데 어디선가 '반두비'의 어원이 여자친구이기 때문에 문제를 제기하는 것을 본적이 있다. 하지만 그 여자친구는 애인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여자인 친구를 지칭하는 단어이다. 그렇기에 문제가 될 것이 없었고, 반두비란 말이 한국에서 만큼은 남녀 사이를 넘어선 친구라는 식으로 확장되고 재해석되었으면 하는 뜻에서 과감히 사용하였다. 비비디 '반두비' 두.(일동 웃음)
방: 전주국제영화제나 인디포럼과 기자 시사회 이후 올라오고 있는 관객 및 평단의 반응이 좋은 것 같은데 체감을 하는가?
신: 온 몸으로 느끼고 있다.(웃음)
방: 전주국제 영화제에서 관객평론가상과 CGV 한국장편영화 개봉 지원상을 수상했다. 개봉에 도움이 될 것 같기도 하고 의미도 클 것 같다.
신: 일단 관객심사위원상을 받은 것에 대해선, 작품성을 인정해주신 것 같아 기분이 좋고, 씨네필들이 응원해주신 거라 생각되어 굉장히 영광스러운 상이다. 상징적인 면에선 그 어떤 상보다 끝내주는 상이다. 그리고 영화를 관객들에게 보여주는데, 실질적인 도움을 준 CGV 한국장편영화 개봉 지원상은 가뭄 속 단비 같은 상이다.
방: 앞서 두 작품은 개봉을 하기 위해 고생했던 것으로 안다. 상대적으로 순조로운 이번 개봉에 대한 소회가 남다를 거 같다.
신: 처음으로 완성과 동시에 개봉을 하게 되어 고생 끝에 낙이 왔다고 좋았다. 그런데 청천벽력 같은 청소년 관람 불가 판정으로 인해 큰 충격을 받았다. 내 팔자가 쉬운 팔자가 아니란 생각도 들고.(웃음)

방: 청소년 관람불가 판정이 정치적인 영향에 의한 것이 아니냐는 논란이 있는데.
신: 처음에는 청소년 관람불가 판정이 정치적인 이유 때문이란 건 오해일 수도 있다고 여겼다. 허나, 재심에서 다시 청소년 관람불가를 받고 나자 정치적인 이유로 해석이 될 수밖에 없단 생각이 들었다. 재심에서 등급 심사 항목의 대부분이 15세 판정을 받았는데, 유독 모방위험만 청소년 관람불가를 받았다. 어떤 점이 그렇게 모방을 부추기는지, 영등위의 결정 사항이 문서화 된 것을 보았는데 완전히 논리가 결여되어 있다. 자신들이 얼마나 억지로 그러한 판정을 내렸는지 자인한 꼴이 되었다고 본다. 오히려 영등위에서 결여된 논리를 한 언론에서 채워주는 기사가 있더라. 애초에 영등위에서 그 정도의 논리를 보였다면 이번 판정을 다소 이해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방: <반두비>에는 현재의 정치적인 상황이나 보수언론에 대한 조롱의 수위가 높다. 그래서인지 전주에서 상영 후, 영화를 본 관객들이 감독님이 체포되시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있는 걸로 알고 있다.
신: 제 주변분들에게도 애정 어린 걱정이 있긴 하다. 두렵기보단, 갑자기 세상이 왜 이렇게 되었나란 생각이 든다. 웃고 넘길 수 있는 일 같지만은 않다. 문화, 정치, 사회적으로 불안, 걱정, 억압적 분위기는 오래 가선 안 된다. 오히려 이럴 때 일수록 더 꿋꿋해져야 된다는 생각을 한다. 그러니 don't worry다!(웃음)
방: 항상 저예산으로 제작하는데 이번 영화의 제작비는?
신: 영화 진흥위원회에서 ·1억, KT&G 상상마당에서 마케팅비용까지 합쳐 1억 7천, CGV 개봉지원이 4천 정도되어 아마 한 3억 정도 될 거란 생각이 든다.
방: <반두비>에 정치적인 요소가 많이 부각되어, 제작지원한 기업들에서 놀랐을 거란 생각이 든다.
신: 다행히 제 작품을 심사하신 분들은 영화의 전체적인 가치 평가를 통해 뽑아주셨다. KT&G 상상마당 측 역시 건실한 생각을 가지신 분들이어서, 개봉 시 논란 등을 생각지 않으시고 작품만을 보고 평가하셨고, 영화가 완성된 뒤 보람을 느끼셨다고 하더라.
방: 색깔론 때문에 자신의 정치적 성향을 드러내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없었나?
신: 그런 걱정이 드는 만큼 사회가 경직되었다는 생각을 한다. 내가 존경 하는 감독들의 작품을 보면, 그들의 정치적 성향이나 입장이 작품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들기도 하고 직설적이고 은유적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그런데 한국에서 정치적인 입장을 들어냈을 때, 놀랍고 특이하다는 반응을 보이기 때문에 많이 씁쓸해 하는 편이다. 그런 시선이 팽배할수록 좀더 사회에 대해 고민하고, 사회의 이면을 들춰내는 영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정치적이지 않은 영화가 없다고 생각하기에 더더욱 그렇다. 너무 많은 영화들이 사회의 여러 현상과 문제를 외면하고, 개인의 내면에만 집중하려는 것은 건강한 현상이라고 생각지 않는다.
방: 사회파 감독으로 분류되는데, 그것에 대해 본인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신: 사회파 감독. 음... 명예로운 호칭으로 여기고 싶다. 사회파 감독으로 불리는 까닭은 지금까지 대다수의 감독들이 사회와 무관한 영화를 만들어, 내가 유독 부각된 것이라 생각된다. 개인적으로 영화란 예술도 사회 현실에 대한 반영이고, 거기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삶을 다루는 것이라 봤을 때, 사회파 감독들이 더욱 많아져야 된다고 생각한다. 그건 특이하고 도발적인 현상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것이다.

정용(이하 정): 감독님 영화 곳곳에 위치한 정치적인 언급과 상징이 상당수의 관객들에게 강렬히 다가온다고 생각한다. 그럴 때, 정치적인 면만 집중해서 보아 영화의 전체적인 면을 보지 못할 수도 있을거라 생각한다. 그에 대한 고민은 있는지?
신: 그런 점이 제 영화를 즐기는 최적의 태도는 아니지만 잘못 되었다고만 생각지는 않는다. 꼭 어떤 최상의 해석과 감상이라고 할 순 없을 것 같다. 연출자로써 바람은 제 영화가 다층적으로 해석되어 관객에게 전달되길 바란다. 실제 그것을 염두 해두고 연출을 하기도 하고. 그래서랄까 제 영화는 3번 정도는 보셔야 묘미를 느끼실 거라 생각한다.(웃음)
방: <반두비>를 비롯한 감독님의 영화가 논란과 화제를 일으키는 것은 우리 사회에는 감독님과는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다는 반증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에 대한 감독님의 입장은 어떠하신지?
신: 특정 신문을 보시는 이들에게 저는 분명 불편한 존재일 것이다. 경직되고 닫힌 사고를 하시는 분들까지도 제 영화를 봤으면 하는 바람은 있다. 허나 그게 쉽지 않은 것은 분명하다. 그렇기에 작업하는데 있어, 최소한의 상식을 가진 분들만큼은 제 작품을 이해 해주실거라 생각하고 그 정도 선은 지킨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염두에 두는 관객들 중, 이번 같은 경우 주요 어필 대상은 20대 초반의 청년들이다. 사회에 대한 의식이 확고하지 않거나 점차 형성되고 있는 이들 말이다. <반두비>의 많은 요소가 그들의 사회를 바라보는 시선에 도움을 주었으면 한다. 다행스럽게 <반두비>를 지지 이들의 상당수가 그 연령의 친구들이어서 고맙게 생각한다.
방: 청소년에 대한 기대를 많이 걸고 있단 생각이 든다.
신: 그렇다. 그들은 우리의 미래니까. 그래서 민서란 인물의 어떤 면이 다소 이상적으로 보인다고 생각한다. 그런 면은 허공에 붕 뜬 이상이라기보다 우리의 미래에 대한 하나의 희망으로써, 우리의 미래인 청소년이 걸어가면 하는 길로써 보았으면 한다.
정: 감독님의 영화를 보면, 극중 인물을 억압하던 것을 깨 부수는 장면들이 나온다. 이상한 점은 그 장면에서 카타르시스를 느끼기 보단, 차분히 바라보게 되는 것 같다. 그런 장면에서 쾌감을 억제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는가?
신: 관객이 그렇게 억압을 해소하는 극중 인물을 보며 해방감을 느끼길 바라면서도, 그런 해방감으로 인해 그때까지 쌓아온 문제의식들을 팽개치지 않고, 어느정도 거리를 두고 생각하게 하고 싶은 양가적인 마음 때문인 것 같다. 지금은 그런 장면에서 카타르시스를 한껏 안겨주지 않고 어느정도 거리를 두게 하는 것이 좋은지 나쁜지 단언할 수 없을 것 같다. 다만, 나에게 체화된 어떤 성향인 것만은 확실한 것 같다.

방: <반두비>가 편한 이야기를 하는 영화는 아니다. 다소 힘든 이야기를 함에도 영화가 사랑스러운 인상을 띈다. 아마도 민서란 캐릭터의 매력 때문인 것 같은데, 민서란 캐릭터에서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무엇인가?
신: 연출자로써 기본적으로 자신이 창조하는 인물들에 애정이 있어야 된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민서뿐만이 아니라, 카림도 사랑스럽다. 심지어 신 대표와 <나의 친구, 그의 아내>의 예준에게도 애정이 있다. 그렇기에 모든 인물들에게 고른 거리를 두고 바라볼 수 있도록 노력하는 편이다. 그러한 태도가 인물을 창조하는데 있어 중요한 것이기도 하고.
비록 내 영화에서 악의 화신을 맞게 된 인물들이, 인간자체가 악인이란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그들이 서 있어야할 사회적 위치가, 악한이 될 수밖에 없는 행동을 부추긴다고 생각한다. 돌아가신 노무현 대통령 경우만 보더라도 그렇다. 그는 분명 좋은 세상을 꿈꾸는 이상과 신념을 가진 이가 아니었나? 하지만 대통령이란 자리에 서게 되자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변할 수밖에 없었고, 자신이 내세우던 이상과 신념에 분열, 왜곡, 반대되는 행동을 하게 되지 않았나? 존재의 위치란 그만큼 중요한 것이다. 그렇기에 내가 인물들을 창조할 때, 인물들의 존재의 위치와 그들의 의식은 밀접한 관계를 맺는다.
정: 민서의 롤모델은 촛불 소녀들인가? 그것이 아니라면 민서 같은 소녀들이 출몰했으면 하는 바람에서 민서란 인물이 만들어진 것인가?
신: 당연히 후자다. 이 작품은 엄연히 촛불 시위 전에 구상이 완료된 영화다. 촬영 시기와 촛불 집회의 시기가 맞물려서, 영화 속 소품들에 촛불 집회의 상징들이 자연스레 묻어 나오게 되었다. 다만, 민서가 한두 번쯤은 촛불 집회에 참여할 만한 의식은 가진 소녀라고 생각한다.
정: 그럼에도 민서를 정치적 의식을 갖고 집회에 참여한 촛불 소녀로 보는 경우가 많다.
신: 민서를 촛불 소녀로 국한하려는 것은 미화된 촛불 소녀의 상징성이라고 본다. 촛불 소녀를 미화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집회를 활성화 시키고, 촛불 집회를 지켰던 것만으로도 엄청난 일임은 분명하다. 허나, 그 소녀들이 집회에서 공유한 정신을 일상으로 돌아 왔을 때까지 유지했을까? 대다수가 유지하기 힘들었을 거라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민서에게서 보이는 정치적인 면들은 촛불 소녀의 정치적 상징에 국한할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촛불 소녀이건 아니건 민서란 십대 소녀의 인생에 이주노동자와 관계를 형성하게 되는 것은 또 다른 차원의 이야기인 것이다. 민서에게서 생성되는 물음들은, 그때 그 광장의 기적에 국한 된 것이 아니라, 그 이후 이상에 해당하는 것을 어떻게 현실에 구현할 것이냐의 문제인 것이다.
방: 민서의 언어나 행동이 파괴적이고 되바라져 보일 여지가 있지만, 기존 사회질서에 천착한 시각에서 볼 때 기존 사회질서에 대항하는 메타포로 보여 진다.
신: 그 부분에 대해선 확실한 대답은 하지 않겠다.(웃음) 그런 식으로 민서를 해석할 수도 있을 것 같은 여지는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연출자로써 인물을 구상할 때, 최대한 그 인물이 사용할 법한 대사나 행동을 설정한다. 인물에 무조건적으로 나를 대입 시켜 꼭두각시가 되는 것을 경계하기 때문이다. 특히나 민서의 경우, 중년 남성 감독이기 때문에 인물을 만들어 때 장벽은 분명히 있을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실제 여학생들에게 여러차례 모니터링을 거쳐 민서란 인물의 리얼리티를 살리는데 노력했다.

방: 한국의 십대 여고생과 이주 노동자가 만나 관계를 형성하게 되는 이야기를 구상하게 된 계기는?
신: 처음에는 사회적 계급의 차이가 큰 두 소녀의 우정에 대한 이야기로 출발했다. 주인공인 두 소녀 중 다소 형편이 어려운 소녀가 대학 진학 방안을 찾다가 사회봉사를 통해 사회 복지학과 진학할 수 있는 방법을 찾게 된다. 그래서 시작한 봉사가 이주 노동자에게 한글을 가르치는 것이었다. 뭐, 그런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갔고 시나리오도 썼지만 제작할 때 발생하는 현실적인 문제들로 인해 중단하게 되었다. 그래서 두 소녀 중 한 소녀에 집중하기로 하고, 이전 시나리오에도 있던 카림의 존재를 부각시키게 되었다. 그렇게 지금의 이야기가 형성된 것이다. 제 작품은 많은 분들이 예상하시 듯, 처음부터 사회적 의미를 통해 구상하는 것이 아니다. 주로 갑자기 떠오르거나 우연히 발견한 어떤 모티브나 어떤 이미지에서 출발한다. 그렇게 작은 단위에서 출발하여, 스토리를 만들어 가는 과정에서 사회적 의미나 주제, 메시지가 추가된다.
정: 민서가 미래의 인물, 이상적인 인물로 보이는 측면이 있는 것처럼, 카림 또한 굉장히 이상적이고 완벽한 인물로 보인다.
신: 제 미학의 장점이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그린다는 칭찬이 있고, 스스로도 인물을 구축할 때 가장 중요히 다루는 부분이다. 카림이 매너가 있고 교양적인 사람이긴 하지만, 인간으로써 가지고 있는 모순들을 당연히 지닌 인물이다. 다만 카림이란 인물이 그러한 모순들을 표출되는 방식이 점잖아서 그런 오해가 있는 것 같다. 그를 묘사할 때, 모순된 면을 도드라지게 표현하지 않은 이유는, 극을 전개해 나가는데 있어 주축이 되는 두 인물의 성격의 차이가 있어야 흥미로운 앙상블이 발생한다는 점 때문이다. 그리고 많이 다른 두 인물이 서로에게 마음을 여는 과정을 강조하기 위해선 꼭 필요했다.
방: 카림이 미남이라 생각한다. 카림이 미남이어서 카림의 이상적인 측면이 더욱 부각된다고 생각한다.
신: 솔직히 말하자면 구상 단계에서부터 카림을 미남으로 설정했다. 굳이 카림을 미남으로 설정한 이유는 한국 관객을 위한 선택이었다. 이주 노동자의 이야기를 다루는 영화에서 카림이 평범하거나 못생겼다면 관객이 관심을 갖기 힘들거란 생각을 했다. (신: 나 또한 그럴 것 같다.) 더욱이 십대 여고생과의 로맨스이기 거부감이 클 수 있고. 한국 관객의 핑계를 대는 것이지만, 쉽게 무시할 부분이 아니었다.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평범한 외모를 가진 여고생과 이주 노동자의 이야기를 찍어보고 싶은 마음도 있다.
방: 기득권이 세운 질서 밖에 있는 이들의 연대에 관심이 많아 보인다.
신: 우리 모두가 약자라 생각한다. 강자는 극히 소수라 생각하는데, 그런 소수의 사람에 의해 사회가 휘둘리지 않기 위해선 나머지가 연대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대다수의 사람들이 연대의 중요성과 가치를 잊거나 모르거나 외면하는 것 같아 굉장히 안타깝다. 특히 요즘과 같을 때일수록 작은 목소리들이 하나둘 모여야만 오류를 일으키는 움직임을 거슬러 오를 파도를 만들 수 있다. 그렇기에 한 때의 유행이었던, 하지만 지금은 일종의 죄악이라고 생각되는 냉소를 떨쳐버리고 사람과 사람의 진정한 관계맺음, 연대가 필요하다.

방: 방문자에서는 특정 종교가 문제의 소지가 있었고, <반두비>에서는 이주노동자와 여고생의 우정 혹은 사랑이라는 설정 자체가 예민한 문제라 생각된다. 매번 예민한 문제를 선택하는 것 같다. 또 실제로 그러한 문제에 심하게 반응하는 이들도 보이기도 하고. 그런 반응을 예상하며 문제의식을 설정하기도 하는가? 노이즈 마케팅 같은.
신: 논란을 예측하고 그런 예민한 문제들을 선택했다는 오해는 하지 않았으면 한다. 한국적 상황에서 예민한 문제에 발을 딛고 있는 사람들이 관계를 이루는 이야기를 다루기 때문에 자연스레 발생한 측면이다. 오히려 영화를 완성하고 상영 뒤, 관객들의 반응이 예상 수위를 크게 웃돌아 놀란다.
<반두비>를 만들면서는 거부 반응이 유독 강했고 그만큼 큰 충격을 받았다. <반두비>의 경우, 심지어 촬영 전부터 제작을 중단해야 된다고까지 했다. 그런 주장을 하는 이들이 내세운 논리는 이주 노동자들의 성폭력 문제가 많이 발생하는 상황에서 <반두비> 같은 영화는 위험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들의 일련의 태도에 일관된 논리나 상식 같은 것이 결여 돼있었고, 애초에 영화도 보지 않고 그런 반응을 보인다는 것에 대해 놀랍다는 생각이다.
실제로 전주국제영화제에서 마붑(카림역)이 겁에 질려 건네준 전화를 받은 적이 있다. 한 일분정도 그 전화를 받고 있었는데, 온갖 욕설과 저주를 쏟아 붓더라. 그 잠깐 동안에도 굉장한 모멸감을 느꼈는데, 마붑을 비롯한 그의 친구들은 생활처럼 그런 모멸감을 짊어져야 했었을 것을 생각하니 분노가 치솟았다. 아주 몰상식한 처사라 생각한다. 반대하고 화내는 것은 좋으나 제발 영화를 본 후 그것을 토대로 반응을 보였으면 좋겠다. 표를 줄 의향도 있다. 아마 영화를 보시면, 신동일의 가장 열렬한 팬이 될지 모른다.(일동 웃음)
방: 다소 극단적이고 예민한 설정을 할 때, 어떤 태도로 임하는지?
신: 드라마에서 인물들에게 발생하는 사건들이 다소 극단적인 면이 필요할 때가 있다고 생각한다. 사회적 측면에서 보아도, 영화에서 그런 극단적인 면 보임으로 관객을 불편하게 하는 것, 그렇게 관객을 자극하여 새로운 생각과 감흥을 주는 것이 필요하다. 그걸 극단적으로 실험하는 분이 김기덕 감독이라고 생각하는데, 저는 그 정도까지는 아니라 생각한다.
전 그런 부분들로 영화를 끝까지 밀고나지는 않는다. 다만 드라마를 전개하는데 있어, 그런 요소가 필요한 부분이 있고, 그 요소가 드라마에서 개연성을 띈다고 여겨질 때만 설정한다. 하지만, 묘사하는데 있어선 예민한 부분일수록 자극의 함정에 빠지지 않게 노력한다. 그런 사건을 응시하고 충격을 얻는 것만큼, 그 사건과 사건 속 인물을 관객이 이해하고 사유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

정: 감독님의 영화 속에 나오는 극단적인 장면들은, 말씀하신 것처럼 영화의 전체를 아우르고 있진 않다. 필요에 따라 한번 씩 짚어 주는 느낌으로 배치되어 있는데, 그럼에도 그런 장면들이 뜨악하다곤 느껴지지 않는다. 영화에 그런 장면이 나올 것 같은 기류가 흐르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 그 기류의 정체를 생각하다보니 감독님 특유의 기묘한 구도가 그것을 유지하는 것이란 생각이 든다. 구도를 결정할 때 어떤 점을 중요하게 여기는가?
신: 관객이 편하고 예뻐 보이길 염두 하기보단, 기본적으로 내가 보기 편하고, 그 장면의 심리나 정보를 적절히 전할 수 있는 것을 중요시 한다. 개인적으로 관습적인 앵글이나 숏을 나눈 것을 피하고, 신동일 고유의 앵글과 숏을 보여주기 위한 욕심이 있는 편이다. 그러한 노력이 이루어졌을 때, 감독으로써 쾌감을 느끼기도 하고.
정: 감독님 영화는 그런 특유의 숏들이 주를 이루고 있는 반면, 의아할 정도로 너무 관습적인 앵글이나 관습적인 편집이 등장하기도 한다.
신: 여러 현실적 여건상 모든 장면에 공들일 순 없어, 경제적인 측면도 노린 부분에서 그렇게 된 면이 있다. 하지만 그런 관습적인 앵글과 편집을 내 영화에 배치하고, 그것을 좀 다른 뉘앙스로 사용하여 다른 인상을 전해주고 싶은 욕심도 있었다.
방: 이주 노동자들의 처지를 너무 불쌍하게만 그렸다는 시각이 있다. 실제로 저 정도로 불쌍하지는 않다는 이야기도 나오더라.
신: 저 또한 그런 점을 지적하는 기사를 읽고, 이주 노동자들 사이에도 계급적 차이란게 있을 수 있다란 신선한 충격을 느꼈다. 물론, 그 기자가 보고 안 이주 노동자의 사실이란게 제 영화와 다를 수 있고 모든 이주 노동자가 제 영화에 공감을 할 수 있는 것만은 아니란 생각을 한다. 다만 극영화와 다큐멘터리의 차이를 조금은 염두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 점이 아쉽기도 하지만, <반두비>가 극의 전개와 재미를 위해 이주 노동자의 현실을 무리한 과장을 하지 않았다는 확신이 있다. 영화를 만들기 전 수 많은 취재가 있었고, 마붑이란 든든한 조력자가 영화를 만드는 과정 내내 함께했다. 그렇기에 기자가 지적하고 있는 실수에 빠졌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실제로 마붑은 이주노동자 영화제에서 큰 공감을 일으킬 것이란 확신과 기대를 갖고 있고, <로니를 찾아서>에서 뚜힌 역을 맡은 친구도 굉장히 공감을 했다는 말을 들었다.
방: <반두비>에 있는 예민한 설정들 중, 민서가 카림에게 유사 성행위를 시도하려다 카림이 뿌리치고 나간 후 집으로 돌아온 카림이 자위행위를 하는 장면이 있다. 그 장면의 유무에 따라 민서와 카림의 로맨스의 인상, 영화 전체의 인상에 큰 영향을 준다고 생각한다.
신: 사실 그 장면이 없다면, 말랑말랑한 측면이 좀더 유지되었을 거란 생각이 든다. 허나 영화의 인상을 바꾸기 위해 계산적으로 삽입한 장면은 아니다. 시나리오를 쓸 때, 논리적으로만 쓸 수 없다. 체화된 여러면을 통해 자연스레 나온게 크다. 그렇다고 단정 지을 수만은 없는게, 그 장면을 통해 성에 대한 시선을 다르게 하고 싶었던 것 같다. 성욕은 인간으로써 살아가는데 필수적이라 생각한다. 그렇기에 카림이 성적 욕망을 들어내는 부분이 나오는 것은, 그를 한 사회에 발을 딛고 있는 구성원으로 받아들일 때, 그가 노동을 하는 기계가 아니라 하나의 인간임을 인지시키는 중요한 장면이라 생각했다. 우리는 이주노동자가 우리 사회에 존재한다는 것은 막연하게라도 받아들이는 것 같다. 허나, 그들이 인간이란 생각은 하지 않는 것 같아 보인다.
방: <반두비>에는 남성성의 상징들이 많이 나오는 것 같다. 곳곳에 배치된 남성성의 상징들은 의도에 의해 배치된 것인지?
신: 특별히 남성성에 대한 비판으로써 그런 상징들을 삽입하고자 의도하진 않았다. 아마 민서에게 닥치는 우여곡절을 생성하는데 있어, 의식이던 무의식이든 저한테 배어있는 어떤 것에 의해 자연스레 구성된 것 같다.
정: 감독님 영화를 보면 극중 인물이 관객에게 직접 말을 거는 순간이 온다. 그리고 그들은 영화에서 한 큰줄기를 담당하고 있는 사회적 문제에 대한 언급을 한다. 개인적으로 그러한 장면을 볼 때 연출자로써 욕심을 털어내고, 그러니까 영화를 멈추고 그들에게 그러한 이야기를 할 자리와 시간을 내어주는 것 같다. 그러한 장면을 찍을 때 연출자로써 어떠한 태도를 갖는가?
신: 개인적으로 독문학을 전공해서 브래히트의 미학에 영향을 받았다고 생각한다. 그분의 미학 중 소격 효과에 대해 큰 영향을 받은 것 같다. 영화를 진행 중 관객을 영화 속을 빨아들기만 하는 것 보다, 잠시 멈춰 세워 관객에게 생각할 거리를 주어 좀 거리를 두고 환기를 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제 영화에서 그 부분이 영화적 완성도 측면에서 아쉬움으로 지적 받는 것을 잘 안다. 스스로 고민이 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철옹성처럼 완벽하게 형성화 하는데 거부감을 느끼는 성향도 있는 것 같기도 하고. 매끄러운 완성도를 미루어두면서도 계속 그런 장면을 영화에 넣는 것에 대해 아직 잘 모르겠다.
방: 카림을 제외한 영화 속 남자들은 굉장히 무능력하다. 그렇기에 민서의 파격적인 면이 부각되는 것 같다. 기득권 세력에 위치한 남성성에 대한 자기비판적 의식이 있는 것 같다.
신: 제 작품에 그런 측면은 분명히 있다. 제 자신이 분명히 그런 측면이 있어 반성하고 있기에 작품 속에서 자꾸 들어나는 것 같다. 결국 우리 세대가 제대로 못했기 때문에 민서같은 어린 친구들이 힘들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기성세대에 속한 남성들에 대한 비판이 깔릴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방: 감독님 영화의 여성들을 보면 자기 욕망에 충실한 것 같다. 욕망에 대해 솔직하고 적극적인 여성캐릭터들을 좋아하시는 것 같은데, 실제 감독님 취향에 의해 생성된 인물들인지?
신: 그건 아니다. 난 소심한 사람이다. 여성에 대한 취향 면에선 지극히 평범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현실에서 그렇지 못하기에 영화에서 그렇게 표현한 것 같다.
정: 여성 캐릭터만 그런 것이 아니라, 감독님 영화 속 인물들은 욕망에 충실한 면이 있는 것 같다. 이야기가 밀고나가지는 원동력으로 욕망이 중요히 자리 잡는 것 같기도 하다.
방: <반두비>는 바로 전작인 <나의 친구, 그의 아내>와는 성격이 많이 다른 반면, <방문자>와는 성격이 비슷하다는 생각한다. 다시 첫 번째 영화의 성격으로 회귀한 이유는?
신: 일단 여고생이 주인공이란 점 때문이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이유는 청소년에게 받치는 영화이자 청소년들이 많이들 보길 바라기 때문이다. 그들의 시선과 생각을 염두에 두고 작업을 해 나갔기에 자연스레 그렇게 되었다.
정: <반두비> 개봉을 계기로 감독님의 전작들을 다시 보면서. 감독님은 가족에 집중된 이야기를 한편의 장편영화로 만들 수도 있단 생각을 했다. 구체적으로 이야기하자면, <반두비>에서 잠깐 짚고 간 신 대표의 가족과 유사한 가족의 이야기를 장편으로 찍을 실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신: 나 자신도 반드시 그럴 거란 생각이 든다. 아직 완전히 가족에 몰두하여 영화를 찍진 않았지만, 가족은 내 영화에서 중요한 위치에 있음은 분명하다. 언젠간 가족에 대한 영화를 찍을 것 같다.
방: 감독님 영화 속에 등장하는 가족의 형태가 결핍이나 과잉이거나 파국을 유발할 수도 있는 상처를 품고 있다. 그럼에도 세편의 영화를 보면, 결국 가족이란 구성체로 회귀 한다.
신: 기존의 가족으로의 회귀가 아닌, 새로운 성격의 가족이 생성되는 거라 보는게 맞는 것 같다.
방: 종교에 대한 것도 끊임없이 등장한다. 그것에 대해서도 이야기할 부분이 있을 것 같다.
신: 종교란게, 한국사회의 모순 중에 하나라고 생각한다. 종교가 권력에 밀착해 사회에 일으키는 모순에 대해, 그 종교들의 본래의 뜻을 왜곡하고 있는 처사에 대해 분노를 느낀다. 그런 문제의식에 의해 자연스레 들어난 것 같다.
정: 감독님이 종교를 다루는 방식이, 특정 종교의 사상의 형상화나 그것에 대한 종교 자체 내미는 물음에 대한 고민이라기보다, 이데올로기와 신념으로써 사용한다고 생각한다. 음... 고개 끄덕 끄덕(일동 웃음)
방: 개인적으로 감독님 영화의 엔딩을 좋아한다. 매 영화마다 엔딩이 인상적이어서 기억에 깊게 남는다.
신: 영화에 대한 궁극적인 인상은 마지막 장면이 생긴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엔딩에 내가 작업을 하며 품었던 의지나 희망을 들어내고자 하고, 그만큼 여러면에서 공을 들인다.
정: <반두비>의 엔딩 신에서 직접 출연해 화제가 되고 있는데, 출연을 결심하게된 이유는?
백건영 편집장: 그게 화제가 되고 있나? (일동 웃음)
신: <나의 친구, 그의 아내>에서 출연하게 되었을 때는, 시나리오 쓰는 과정에서 엔딩에 내가 나오는 것이 맞다라는 확신이 들었다. 허나 <반두비> 같은 경우에는 예상을 못했는데, 상황이 내가 나오게 될 수밖에 없게 흘러 간 것 같다. 그냥 관객에게 감독이 소박하게 말을 건다라고 봐 주시거나, (보신 분들은 이해하실 텐데) 웃을 수밖에 없는 장면임이 분명하기에 웃음을 드리려 했다고 봐주셨으면 한다. 그 장면에 대한 느낌에 대한 판단은 관객에게 맡기겠다.(웃음)
방: 좀 개인적인 질문을 하겠다. 영화를 작업하는데 영향을 준 감독이 있는가? 어떤 GV에서 브레송을 존경한다고 들은 것 같은데.
신: 브레송이 제 영화 세계를 구축하는데 큰 도움을 주거나, 작업을 하며 염두에 두는 롤모델은 아니다. 그 GV 상황에서 떠오른, 씨네필로써 좋아하던 감독이니까 큰 의미없이 대답했을 것이다. 다만 브레송의 ‘시네마토그래프에 대한 단상’의 몇몇 구절은 연출자의 폐부를 찌르고 연출지망생들에게 굉장히 도움이 될 만하다고 생각한다.
롤모델로 여기는 감독을 생각해보자면... 워낙 좋아하는 감독들이 많아 굳이 한명을 뽑기 힘들 것 같다. 대신 좋아하는 감독들이 나에게 끼치는 영향을 말하자면, 그들의 걸작을 보며 망연자실하기도하고 맥이 빠지면서도, 나도 저 정도나 그 이상은 만들 수 있단 자신감을 불러일으킨다. 뭐, 창작자라면 누구나 그럴 것 같다.(웃음)
정: 어떠한 계기로 영화를 하게되었나? 시네필의 입장에서만은 아니었을 것 같은데.
신: 내가 영화를 하게 된 계기를 생각해보면, 내가 87학번인게 운명인 것 같다. 대다수의 내 또래와 비슷한 계기, 비슷한 과정을 통해 사회에 대한 의식을 갖고 눈을 뜨게 되었다. 그래서인지, 사회를 다루고 있는 영화들이 눈에 띄었고, 그런 류의 영화들을 주로 찾아보게 되었다. 그러던 중, 안제이 바이다의 <철의 사나이>를 보고 충격적인 감흥을 받았다. 그 영화는 내가 영화감독을 하고자 하는데 확실한 영향을 끼쳤다. 지금도 그때의 감흥을 느낄지 모르겠지만, <철의 사나이>는 아직도 항상 내 영화 목록(다른 작품으로는 첸 카이거의 <황토지>와 고다르의 <중국 여인>) 중 최고임에 분명하다. 그때의 영향 때문인지, 내가 생각하는 영화는 사회와 밀접하고 사회를 외면하면 안된다고 여긴다. 난 시네필임과 동시에 일련의 정치적 사건을 통해 사회에 눈을 뜨게 된 것이 계기가 되어 영화감독이 된 것 같다. 만약 내가 87학번이 아니었다면, 이 인터뷰 자리에 없을거란 생각이 든다.

정: 갑자기 좀 뜬금없는 질문이지만, 꼭 해야 될 것 같다. 감독님 영화에서 제시하는 정치적인 문제들이 해결 되었을 때, 만약 그것이 해결됨으로써 감독님 영화의 일부분의 가치가 상실되지 않을까란 생각을 해보았다. 만약 그런 것들이 해결되어 영화 가치가 상실된다면 어떨 것 같나?
신: 그렇게 된다면 아주 영예롭게 감독에서 물러나겠다. 느긋한 마음으로 낚시도 하며 평범한 삶을 살 수도 있다. 그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감독을 하게 된다면 사랑 이야기, 전적으로 로맨스 영화나 섹슈얼리티를 탐닉하는 영화를 만들고 싶고. 그런 세상이 온다면 굳이 영화를 안 해도 좋다고 생각한다. 상상만 해도 행복한 일이다.
방: 세 편의 영화를 찍으셨다. 지금껏 저예산으로 영화를 찍어 오셨는데, 좀더 많은 예산과 많은 대중들과 만나는 영화에 대한 욕심이 있을 것 같다.
신: <나의 친구, 그의 아내> 개봉 후 많은 대중들과 만나야 한다는 필요성을 느꼈다. 하지만 분명한건, 예산 규모가 커지더라도 내 영화가 가지고 있는 특성은 바뀌지 않을 것을 자신한다. 전달 방식의 강도를 많은 이들이 수용할 수 있도록 조절할 수는 있겠지만. 그렇기에, 양가적인 입장에서 <반두비>가 잘되었으면 좋겠다.(웃음)
방, 정: (웃음)잘 될 것 같다.
인터뷰 전, 온갖 의미심장한 기호들이 판을 치던 터라, 이번 인터뷰는 대박이거나 망할 거란 생각을 했는데, 순조롭게 끝난 것 같습니다. 인터뷰 직전, 신 감독님과 저와 방선희 씨는 오히려 메모리카드가 없어져 잘되었다고 여겼지만, 인터뷰를 하다 잠깐 정신을 차려보니 그런 건 안중에도 없다는 듯, 박흥기 씨가 신나게 셔터를 누르시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아무튼 평소에 궁금했던 이런 저런 점이나, 단지 저만의 상상일까라 여긴, 신 감독님의 연출자로써의 윤리를 확인할 수 있던 기회라 정말 좋았습니다. 너무 관습적인 감흥이지만 정말 훌륭한 색다른 경험이었습니다. 인터뷰가 끝나고 편집장님으로부터, 인터뷰가 제법 괜찮게 진행된 것 같다란 평을 들으니 금상첨화라 할 수 있습니다. 인터뷰 직전까지, 얼었던 저와 (아마도 같은 심경이셨을)방선희 씨는 ‘인터뷰란 거 할 만하군’이란 마음은 속에 둔 채, 서로 혼자했으면 아무것도 못했을거라고 정말 든든했다고 덕담을 나누었습니다. 쉽게 접할 수 없는 서울 일원에서 가장 맛있다는 닭을 뜯으며 뒷풀이까지 즐겁게 마치고 컴퓨터에 앉아 녹취한 인터뷰를 들으며 거들먹거리고 있는데, 아찔한 생각이 머리를 스쳤습니다. 아... 신 감독님의 심미안에 가까운 여배우 선택의 비결을 물어보지 않았잖아... 맙소사!

장소: '1992 동경맑음'
진행: 방선희 독자회원
녹취.정리: 정용 독자회원
사진: 박흥기 편집스태프
양이 만만치 않으셨을 텐데 빨리 정리하셨네요. 인터뷰 당시에 직접 듣기도 했지만, 문서로 다시 한 번 읽어 봤습니다. 신 감독님도 말씀하셨지만, 웬만한 일간지 인터뷰 못지않은 좋은 인터뷰 이었습니다. 그리고 이 자리를 빌려 메모리 카드를 제공해주신 마포에 한스튜디오에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
인터뷰에 참여해준 두 분 독자와 신동일 감독님께 감사드립니다. 폭우를 뚫고 달려온 길이 헛되지 않을 만한 유익한 자리였음을 기사를 읽는 독자께서도 아실 겁니다. 메모리카드 빌려준 마포의 스튜디오에게 축복 백 만 스푼 드립니다. ^^ 드디어! 내일이 개봉일이 군요. <트랜스포머>가 싹쓸이하는 분위기지만, 그 속에서 민서의 당돌함이 살아 빛나길 고대합니다. <반두비> 파이팅!
<반두비>를 만드신 신감독님에 대한 알찬 인터뷰 잘 읽었습니다. 전주에서 이 영화의 세계 첫 관객이 된 이후, <반두비> 관련 기사들을 찾아 읽고 있는데 역시나 네오이마주가 가장 좋은 콘텐츠를 제공해 주는 것 같습니다. 좋은글 퍼갑니다(출처는 반드시 명기할께요^^). <반두비>의 개봉을 축하하며 선전을 기원합니다. -카메오로 출연하신 백편집장님의 모습이 반가웠습니다^^
성 기자님 오랜 만에 뵙습니다. 가져가서 널리널리 퍼뜨려주시면 오히려 저희가 고맙겠습니다. ^^ 전주에서 영화를 보셨군요...게다가 기억하지 말아야 할 카메오를 찾아내셨다니. 그 장면은 부디 잊어주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