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토크

네오이마주 2008 마지막 번개! 보고서

 


파업으로 인해 덜그렁 거리는 연출이 인상적인 ‘쇼! 음악중심’을 보다, 네오이마주 마지막 번개에 참가하기위해 집을 뛰쳐나왔습니다. 그렇습니다. 뛰쳐나온 겁니다. 완전히 춥지도 않고, 그렇다고 옷을 가볍게 입기엔 제법 추운 날씨, ‘이것을 과연 겨울이라고 할 수 있을까?’ ‘그렇다고 좀 많이 추운 가을이라고 하기엔 민망하고, 좀 덜 추운 겨울이라고 하기엔 우습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며 경북집으로 향했습니다. 먼저 편집장님과 하성태 기자님을 만나고, 경북스러움(?)이 물씬 풍기는 경북집 지하로 들어갔습니다. 넓은 예약석에 단 3명이 자리 잡고 앉아 어정쩡함을 느끼다 생각해보니 제가 처음 참여한 네오이마주 번개의 2차가 경북집이더군요. 그것도 올해 초였습니다. 올해 초 경북집에서 번개를 시작하고 올해 말 마지막 번개를 경북집에서 한다니 왠지 그럴싸했습니다. 시작이 있는 곳에 끝이 있다고나 할까요.

 

이렇게 내 맘대로의 그럴싸함에 신기함을 느낄 때쯤 박부식 평론가님이 도착하셨습니다. 이후 한창 신혼인 김시광님이 오셨고 이어 빈장원님, 신태균님, 김숙현 기자님, 서대원 무비스트 편집장님, 민용준 기자님, 강민영님, 장진실님, 신동일 감독님, 윤광식님, 전순영님, 장호준님, 강소영님, 서유경님 등 많은 분들이 도착하셔서 넓어서 걱정스러워 보이던 자리를 협소하게 만들어 주셨습니다. 총 18 명이 오셨던가요? 자리가 가득 차고 술국과 모듬전, 해물전 그리고 술로 테이블이 매워진 후, 가득 찬 자리와 풍성한 음식만큼 많은 이야기가 오고 갔습니다. 결혼 1개월 차인 김시광님의 자랑이 어찌나 후덕스럽던지. 미혼들의 질시와 투기를 한 몸에 받으면서 의기양양해 하시는 모습은 이번 번개의 또 다른 화제였습니다. 그리고 요즘 네오이마주 메인을 ‘연말의 따스함’스럽게 장식해주시는 신동일 감독님의 <나의 친구, 그의 아내>가 네오이마주가 선택한 2008년 최고의 한국영화에 선정된 것에 대해 감사하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그러자 당연히 열화와 같은 축하와 박수 그리고 ‘정말’ 열화와 같은 2차에 대한 염원이 경북집을 훈훈하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그 훈훈함에 취하고 술에 취할 때 작은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36년의 전통을 증명하듯 천장에서 물이 쏟아지더군요. 황당함에 웃음을 터뜨리는 것도 잠시, 물이 떨어지는 곳의 위가 화장실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천장에서 새침하게 한 방울 두 방울 떨어질 때마다 증폭되는 공포가 장난이 아니었습니다. 왠지 점점 젖어드는 천장에서 물줄기가 쏟아져 내릴 것 같고, 떨어지는 물의 색이 변할 것만 같은 공포에 떨며 잠시 우왕좌왕했습니다. 그리고 다행히도 물은 멈추었습니다. 다른 곳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면 많은 분들이 불쾌했을 지도 모르나, 36년 전통의 경북집이기에 그럴싸했습니다. 또 36년 전통의 능청스러움을 자랑하시는 종업원 아주머니 일처리를 보곤, 더욱 별거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뭐, 경북집이니까요.

 

신동일 감독님에게 십자포화처럼 쏟아진 전순영님의 질문 공세와 언제나 그렇듯 한 박자 늦게 대답하며 상황을 정리해가는 감독님의 느긋함은 참으로 므흣한 광경이었습니다. 한 쪽에서는 <여고괴담 5>에 대한 기대감도 피어올랐고, 귀 기울여 듣자하니 크로넨버그의 <폭력의 역사>의 오프닝 신에 대한 열광적 찬사도 오가는 듯 하여 가슴이 두근거렸습니다. 대체 저는 뭘 했냐고요? 그러니까 몇 패로 나뉜 가상분할 공간에서 주거니 받거니 끝도 없이 나오는 영화 지식에 기가질려 입을 닫고 있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대체 얼마나 영화를 많이 보아야 막힘 없이 이야기에 꼬리를 이어붙일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하다 보니 말 없는 소년이 되었다는 것이지요. 콰이어트 보이 말입니다.

 

 

 


술에 취해 졸음이 오는지 시간 때문에 졸음이 오는지 구분이 안갈 때쯤 번개는 끝이 났습니다. 허나 번개에 참여하신 많은 분들이, 막상 헤어지자니 생기는 아쉬움에 경북집 앞을 쉽게 떠나지 못하셨습니다. 그 훈훈함이 어찌나 거대했던지 캐롤이라도 틀어야만 할 것 같았습니다. 이정도의 연말 번개면 대성공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참석자들 틈에 끼여 아쉬움을 함께 느끼며 언제 떠날지 눈치를 보다, 미적지근하던 추위가 좀더 확실해졌음을 느낄때 신호등이 바뀌어 잽싸게 작별하였습니다. 아무래도 신호등이란 명분도 없었으면 자리를 뜨기 힘들었을 것 같았습니다. 2차에 대한 아쉬움이란... 어두운 종로 3가 문 닫은 국밥집에서 풍기는 돼지고기 냄새를 맡으며 뛰자 제법 익숙한 추위가 느껴졌고, 역시 겨울이구나란 생각했습니다. 그러니 봄이 오겠구나하며 집으로 향했습니다.

 

 

 

 

 

2008.12.28
정 용(독자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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